“작사·작곡 때 악보 안 써요, 간략한 메모로 쓰죠”

2017-01-09 08:30 오전

[조선닷컴=김성현 기자] 3집 음반 낸 남매 그룹 ‘악동뮤지션’

참신한 발상·통통 튀는 박자가 독특한 창작 방식의 산물

“지금 당장 작곡을 멈춘다고 해도 앞으로 5년간 음반에 실을 곡은 써 놓았어요. 분량이 아니라 얼마나 알찬 곡을 담느냐가 문제겠지요.”

4일 서울 마포구 YG엔터테인먼트 녹음실. 2인조 남매 그룹인 ‘악동뮤지션’의 오빠 이찬혁(20)의 말을 받아 적다가 잠시 귀를 의심했다. 최근 세 번째 음반인 ‘사춘기 하(下)’ 발표 직후의 인터뷰였다. 찬혁과 여동생 이수현(17) 남매로 구성된 악동뮤지션은 2013년 오디션 프로그램 ‘K팝스타’ 우승 이후 정규 음반만 3장을 발표했다. 광고 음악과 한글 사랑 캠페인 노래까지 합치면 발표곡은 40여 곡에 이른다. 3집 타이틀 곡 ‘오랜 날 오랜 밤’은 6일 발표 직후 4개 음원 차트에서 정상을 차지하며 ‘인기몰이’ 중이다. 이들의 창작 비결을 캐물었다.

◇악보는 일절 쓰지 않는다

오빠 찬혁의 악기는 기타, 여동생 수현은 피아노다. 하지만 이들 남매는 작사·작곡을 할 때 악보를 쓰지 않는다. 이수현은 “물론 음표는 읽을 줄 알지만, 악보를 사용해서 작곡하거나 연주하는 방식이 불편하다”고 했다. 오빠 찬혁은 기타를 치면서 곡을 쓴 뒤, 노랫말과 간단한 기타 코드만 적어놓는다. 흥얼거렸던 선율은 휴대 전화로 녹음해두지만, 다시 듣지는 않는 편이다. 간략한 메모로 곡을 쓰는 이들의 독특한 창작 스타일 때문에 가끔은 편곡자들도 애를 먹는다. 하지만 관습적 코드 진행에서 벗어나는 참신한 발상이나 통통 튀는 박자 감각은 이런 작업 방식의 산물이다.

◇남들과 비슷한 곡은 사양

이찬혁은 “새로운 멜로디가 떠오르면 남들과 비슷한 곡은 아닌지 본능적으로 의심하고 피하려고 애쓴다”고 했다. 데뷔 이전부터 ‘표절은 안 된다’고 다짐한 뒤 생겨난 습관이다. 이 때문에 6개월간 단 한 곡도 쓰지 않은 적도 있다. 이찬혁은 “멜로디 진행이 남들과 다르다는 건 풋풋하고 신선하다는 점에서 장점이겠지만, 자칫 금방 질릴 수 있는 단점도 있다”고 했다. 타이틀 곡인 ‘오랜 날 오랜 밤’처럼, “요즘에는 노래방에서도 편하게 부를 수 있는 곡을 쓰고자 애쓴다”고 했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듣는다

데뷔 이전부터 오빠 이찬혁이 가장 즐겨 들었던 장르는 힙합이다. 인터뷰에서도 씨잼과 빈지노, 에픽하이까지 좋아하는 국내 힙합 음악인들의 이름이 줄줄 나왔다. 최근에는 재즈와 리듬 앤드 블루스(R&B), 로큰롤과 클래식음악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듣는다. 그래선지 지난해 발표한 ‘사춘기 상(上)’ 음반에선 재즈와 R&B 색채가 물씬 풍겼다.

◇가사는 일기 쓰듯

악동뮤지션의 장점 가운데 하나는 손에 잡힐 듯이 구체적인 묘사로 가득한 노랫말이다. ‘매력학과라도 전공하셨나/다이어트 중 마주친 치킨보다 매력 있어’(‘매력 있어’), ‘걷는 게 귀찮아서, 배로 누운 그대로 여기저기 닦다 보니 안 해도 돼, 걸레로’(‘라면인건가’)처럼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사소한 일상을 포착해서 노랫말로 뽑아내는 재주가 남다르다. 동생 이수현이 “오빠는 좀처럼 책을 읽지 않는데…”라고 구박하자, 금방 티격태격 말싸움으로 번지는 모습은 영락없이 친남매다. 작사 비결에 대해 이찬혁은 귀띔했다. “최대한 일기 쓰듯이 가사를 쓰려고 노력한다”고.

2017. 1. 9.